얼마 전 한국에서 1년에 배출되는 박사들의 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많았다. 그래서 주변국의 통계를 한번 찾아보았다. 흥미로웠다.
중국 교육부 박사학위 취득자 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1970년에 배출된 박사의 수는 1600명이고 2023년 기준으로 배출 예정되는 박사의 수는 152200명이라고 한다. 공학 45.3%, 자연과학 28.7%, 사회과학 15.2%, 인문학 6.8%, 그리고 의학이 4.0% 수준이다.
일본 문부과학성 박사학위 취득자 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1970년에 배출된 박사의 수는 4,985명이고 2023년 기준으로 배출 예정되는 박사의 수는 23,731명이라고 한다. 공학 36.4%, 자연과학 22.9%, 사회과학 23.2%, 인문학 10.5%, 그리고 의학이 7.0% 수준이다.
반면 학국의 교육부와 한국학술정보의 통계를 보면 1970년에 배출된 박사의 수는 47명이고 2023년 기준으로 배출 예정되는 박사의 수는 11,414명이라고 한다. 공학 38.4%, 자연과학 21.3%, 사회과학 23.6%, 인문학 10.3%, 그리고 의학이 6.4% 수준이다. 한국에서 1년에 만 명 이상이나 되는 박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사들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은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전기 분야 박사, 화공 분야 박사, 그 밖의 일반 토목, 기계, 건축 등 공학 분야 박사뿐만 아니라, 금붕어 분야 박사, 파리 분야 박사, 매미 분야 박사, 비즈니스 분야 박사등 그 밖의 다양한 분야에서 더 심도 있게 연구를 해서 '무한대분의 일'이라도 불확실성의 경우를 준비해야 한다.
2024년 예산안에서 연구개발비 5조 원을 삭감하기로 한 내용을 보고 슬펐다. 정부 재정 악화의 이유로 기초 연구비 1조 원 삭감, 응용 연구비 2조 원 삭감, 개발 연구비 2조 원 삭감을 발표했다. 이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이 든다. 바둑에서 말하는 악수를 둔 것이다. 이 같은 악수는 과학 발전을 저해하고 국가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초 연구는 미래 기술 발전의 토대이고 이 같은 조치로 장기적인 연구가 위축되고, 낮은 연구개발투자는 우수 인재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연구개발 투자 감소는 산학연 협력을 저해하고, 기술 상용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결과는 당연히 국가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불보는 듯한 것이다.
조직에서 일하는 화이트 해커의 일상에 대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조직을 외부의 해킹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경계와 노력의 연속된 생활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일을 순조롭게 잘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노력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사들은 항상 "지금 뭐 하고 있어?"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지 의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들도 실수를 한다고 한다. 몇 억 개 중에 하나가 외부로부터 해킹을 당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상사는 "지금까지 뭐 했냐?"라며 비난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사회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대학 연구실에서 이런 비슷한 상황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노력은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연구는 막다른 길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 연구실의 시계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미래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보이지 않는 도전의 시계 바늘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세계적인 위기 때, 가장 잘 대처했던 독일과 대만의 경우를 잊으면 안 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양자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 출신이다. 대만의 부총통도 역시 과학자 출신이다. 과학자들은 노는 것 같지만 힘쓸 때 한번 크게 쓴다. 한국의 현시점에서 과학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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