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떤 것을 쉽게 얻었던 적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학생시절에 아버지께서 주신 용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도 한계에 부딪혀 너무 멀고 어렵게 느낄 때가 너무나 많았다. 노력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지금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40대 후반만 되면 명예퇴직을 종용받는다는 뉴스를 많이 접한다. 그런 현실을 보면서 "나도 나이가 정말로 많이 들었구나"하는 생각도 한다. 사회적으로는 기여도가 젊은 세대들보다 못하다고 인정받는 시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포기할 것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의 현실은 주저앉아 세월만 한가하게 보낼 수 있는 실정은 더욱이 아니다.
세상은 공짜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배워서 해보고 어디든 방향을 결정해서 걸어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많은 직업을 옮기면서 나이 핑계를 많이 댔다. 이것을 하기에, 이것을 선택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포기를 많이 했었다. 아니 두려워서 시도도 해보지 않았던 적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해온 지금은 물러 설 수 없는 나이 상황이 되어버렸다. 핑계라는 단어가 내 인생사전에는 지워져 버린 지 오래다. 알파치노 주연의 영화 'Any Given Sunday'에서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던 풋볼팀원들에게 했던 대사만이 내가 말할 수 있는 나의 현실이다.
"반 걸음만 늦거나 빨라도 성공할 수 없고, 0.5초만 늦거나 빨라도 잡을 수 없다.
모든 일에는 몇 인치가 결과를 결정하는 거야.
경기 중에 생기는 매분, 매초의 기회에서 그 몇 인치가 결과를 결정한다.
우리는 그 1인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그 1인치를 위해 우리 몸을 부수기도 하고, 남의 몸을 부수기도 한다.
그 1인치를 위해 주먹을 움켜쥐어라!
그 1인치들을 합치면 승패가 바뀐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최종 결과가 뒤바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어떤 싸움에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그 1인치를 얻는다.
내가 인생을 더 살려고 하는 것은 아직 그 1인치를 위해 싸우고 죽을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살아가야할 인생이다."
이거 정말로 명대사이다. 한 번은 나의 사업계획서에도 이내용을 인용해서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대사와 상응하는 고 삼성 이병철 회장님이 자주 인용했던 '보보시도장(步步是到場)'의 인생교훈도 떠오른다. 이 구절은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인생'을 의미한다.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성과를 이루어 낸다는 삶의 교훈이다. 그는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실천했다고 한다.
유명한 일화로 그는 병중에도 회사의 마지막 공식 행사를 마치고 골프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1번 홀로 나갔다. 1번 홀에선 첫 번째 티샷은 헛스윙이었고, 두 번째 티샷도 겨우 10미터 정도 굴러갔다. 그러나 그다음 샷부터는 평상시처럼 플레이했다. 3번 홀에 이르자 날이 어두워져 더 이상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그러자 못내 아쉬워하는 그의 마음을 읽고 주변 사람들이 카트와 승용차 헤드라이트를 필드 쪽으로 밝혀주어 9번 홀까지 마칠 수 있었다. 그 이후 더 이상은 그의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고, 그는 10번 홀 그린을 세 바퀴나 돌아본 뒤 골프장을 떠났다. 이것이 그의 인생의 마지막 골프였고, 삶의 한 걸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20일 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삶의 길을 걸으며, 우리는 때때로 실패하고 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보시도장(步步是到場)'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나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삶의 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한 걸음, 한 걸음 (inch by inch)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실천하며, 최대한으로 활용하면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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