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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필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by multidamdc 2024. 3. 20.

'사달이 난 뒤에야 좋은 일이 생긴다' 또는 '인생의 희로애락은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새옹지마는 중국의 고사성어다. 본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중국 북방의 변방에 사는 노인에게 좋은 말 한 마리가 있었다. 어느 날 그 말이 산 너머로 도망을 가버렸다. 그러자 이웃 사람들이 노인을 위로하러 왔다. 하지만 노인은 담담하게 '이것이 반드시 재앙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몇 달 뒤, 도망갔던 말이 다른 말들을 이끌고 돌아왔다. 이웃들이 다시 찾아와 말들이 많아진 것에 대해서 축하해 주었다. 그러자 노인은 여전히 '이것이 반드시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고 놀다가 떨어져 다리를 다쳤고, 많은 이들이 그 사고를 애석하게 여겼다. 그러나 노인은 여전히 '이것이 반드시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고, 모든 젊은이들이 전장에 끌려갔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친 다리 때문에 전장에 가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로 아들은 어려운 전쟁시기에도 생존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이야기가 전해줄려는 교훈은 인생의 사건들이 당장은 좋거나 나쁘게 보일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 관점은 약간 다르다. 노인의 지혜와 경험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옹의 삶에 대한 겸손함과 준비를 배워보자는 것이다. 그 노인은 아마도 말이 다시 돌아올 것을 알았고,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 앞에 겸손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누구나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전 세대와는 달리, 오늘날 50세가 되었다는 것은 이제 인생의 절반을 겨우 지나온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중년을 넘어서면 새로운 도전보다는 퇴장을 암시하는 듯하다. '퇴직'이라는 단어는 마치 인생의 황혼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인생의 가을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겨울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제 막 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직장을 떠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젊음을 바쳤고, 열정을 쏟아부었으며,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성장했기에 그 끈을 놓는 것은 부부간의 사별과 같은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끈을 놓은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오히려 이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과 지혜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그것을 바탕으로 노년을 위한 새로운 봄을 준비해야 할 때인 것이다.

 

퇴직 후의 삶은 인생의 흐름에서 사달이 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겸손하게 준비할 시간을 준 것이다. 우리는 이제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랫동안 배우고 싶었던 기술을 배워서 앞으로의 삶을 자신만의 색깔로 채워 나가면 된다. '아직 집값도 다 못 갚았고, 아이들도 학생이라 들어갈 돈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이야기를 하고 있냐'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이 있고 지혜가 있는 노인들은 강한 물살이 있는 강을 건널 때는 무거운 돌을 머리에 이고 건너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줄 것이다. 갚아야 할 빚이 있고 자식들 교육을 시킬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것들을 들고 헤쳐나가야만 더 안전하다고 말할 것이다.

 

미국의 홀리데이 인 호텔을 건축한 사람의 이름은 윌리스 존슨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원래 조그만 제재소에서 일하던 목공이었다. 그는 마흔 살 때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다. 최악의 불황에 정리해고를 당한 존슨은 다시 취직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회사를 만들었다. 결국 회사를 설립해서 홀리데이 인 호텔을 건축해서 성공했다고 한다. "나를 정리해고한 사람에게 감사한다. 그날의 고통이 축복의 관문이었다"라고 회고한다고 한다. (1999.7.1 국민일보)